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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운동, 멘탈

치매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신경과학자 리사 제노바(Lisa Genova)

by [편하게살자] 2024. 2. 3.

치매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신경과학자 리사 제노바(Lisa Genova)

 

Lisa Genova

 

230만 명이 시청한 신경과학자 리사 제노바의 테드 강연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85세 노인 중에서 둘의 하나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있습니다.

당신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요?

그렇다면 당신은 그를 돌보는 보호자로 살고 있을 겁니다."

기억이란 무엇일까? 

 

리사 제노바는 기억은 신경망 형태로 머릿속에 존재하는 물리적 실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특정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뇌의 여러 영역이 활성화되며, 마치 퍼즐조각을 맞추듯 과거의 경험을 재구성합니다.

 

기억이 없으면 우리는 정보와 경험을 간직할 수 없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평생 낯선 얼굴로 남게 됩니다.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고,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경험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기억을 통해 내가 누구이고, 어떤 존재로 살아왔는지 감지할 수 있습니다. 뇌는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모든 것을 기억하지는 않습니다. 오늘 경험한 대부분을 내일 잊고, 1년 동안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는 날은 10일 내외입니다. 가까운 과거도 기억에 저장되는 분량은 3%가 채 되지 않습니다. 결국 인생 대부분을 잊어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상적 망각과 기억을 잃는 알츠하이머는 어떻게 다를까요?

 

 

기억을 앗아가는 알츠하이머

 

알츠하이머는 기억력과 사고력을 점차 잃어가는 신경 퇴행성 질환입니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시냅스에 찌꺼기를 형성하면서 축적되어 신경 변성 질환이 생기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정상인의 경우, 베타 아밀로이드는 대사작용 중에 제거되는데, 이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알츠하이머가 발병할 수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는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큰 고통을 주는 질병입니다. 수십년동안의 연구가 이어졌지만 증상을 완화시킬 방법을 못 찾았고 정확한 치료법 또한 없습니다.

 

알츠하이머를 예방하는 법

 

알츠하이머를 완전히 예방하는 방법은 없지만, 발병시기를 늦추거나 발병 가능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베타아밀로이드의 축적은 우리의 생활방식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알츠하이머의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1. 잠

그중 하나는 잠입니다. 깊은 잠을 자는 동안 뇌에서는 노폐물이 제거됩니다.

따라서 숙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면부족은 베타 아밀로이드 증가로 이어짐으로써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성을 크게 증가시킵니다.

 

2. 심혈관 건강

다음으로는 심혈관 건강입니다. 흡연, 당뇨, 비만, 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은 알츠하이머 발병위험성을 증가시킵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 가운데 무려 80%에 해당하는 사람이 심혈관계 질환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심장 건강에 좋은 올바른 건강한 지중해식 식단,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알츠하이머 예방에 실제로 도움이 됩니다. 

 

3. 신경가소성

마지막으로 '신경가소성'입니다. 신경가소성은 뇌가 새로운 경험과 자극에 적응하고 변화하는 능력입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하는 것은 뇌의 신경세포를 활성화하고 새로운 시냅스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알츠하이머는 시냅스의 상실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신경가소성을 통해 시냅스를 만들어내고 강화함으로써 뇌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리사제노바는 수녀들에 관한 연구를 소개합니다. 연구 시작 당시 모두 75세인 678명의 수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사후 그분들의 뇌에서는 아밀로이드 반점과 신경섬유 얽힘, 뇌수축이 발견되었음에도 생전 알츠하이머에 걸치지 않았습니다.

 

이는 수녀들이 높은 수준의 인지유지 능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즉 좀 더 기능적인 시냅스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공식적인 교육을 몇 년 더 수료한 사람들이나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 탁월한 이들, 정신적 수양활동에 적극 참여한 이들은 인지유지능력이 높았고, 풍부하고 중복되어 형성된 신경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치며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신경과학자 리사 제노바는 저서 '기억의 뇌과학'에서 인간이 기억하고 망각할 때 뇌 속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탐구합니다.

 

그녀가 TED강연에서 말했든, 알츠하이머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기에 누구든 알츠하이머에 대해 이해하고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리사 제노바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기억이란 무엇인가.

기억은 신경망 형태로 머릿속에 존재하는 물리적 실체다.

내 할머니는 2002년에 알츠하이머병으로 돌아가셨다. 할머니를 떠올리면 내 뇌는 시각 피질에 있는 할머니의 모습을, 청각 피질에 있는 할머니의 웃음소리를, 후각 피질에 있는 할머니의 그린페퍼 양파볶음 향을 활성화한다.

자기공명영상(MRI) 스캐너에 들어간 사람에게 특정 기억을 떠올리게 하면 원하는 정보를 찾아 말 그대로 ‘뇌를 뒤지는’ 모습이 관찰된다.

처음에는 여기 번쩍 저기 번쩍, 뇌 여기저기가 활성화한다. 기억한다는 것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물건을 최대한 많이 모아야 이기는 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기억은 우리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가.

기억이 없으면 내가 당신과 인터뷰했다는 사실도 내일이면 잊힐 거다.

정보와 경험을 간직할 수 없기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평생 낯선 얼굴로 남는다. 옷을 입고, 양치질하고, 지금처럼 글을 읽고, 테니스를 치고, 운전하는 일에도 기억이 필요하다.

우리는 기억을 통해 내가 누구이고, 어떤 존재로 살아왔는지 감지할 수 있다.

 

우리의 날들 중 뇌에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보관되는 분량은 대략 어느 정도인가.

오늘 경험한 대부분을 내일 잊는다. 1년 동안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하는 날은 10일 내외다. 가까운 과거도 기억에 저장되는 분량은 3%가 채 되지 않는다. 결국 인생 대부분을 잊어버린다는 얘기다.

 

고령 사회에 이르면서 한국은 점점 더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어떤 질병인가.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시냅스에 찌꺼기를 형성하면서 시작되는 신경 변성 질환이다. 아밀로이드 찌꺼기가 침착되어 급변점에 도달하기까지 15~20년 정도 걸린다. 그 후에는 분자가 연쇄반응(molecular cascade)을 일으켜 신경섬유 엉킴, 신경염증, 세포 사멸, 그리고 임상 증상을 유발한다.

 

단순 건망증과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

열쇠를 손에 들고서도 찾았다면, 건망증이다. 열쇠를 냉장고에서 발견하고 잠시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의문이 들었다면, 아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모르면서 60년 전 등굣길은 기억해내곤 한다.

 

노인들은 기억을 잃는 것보다 그로 인해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완전히 퇴행해서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지우는 일을 걱정한다.

 

왜 종종 순한 사람조차 치매에 걸리면 가족을 의심하고 성격이 고약해지는 걸까.

 

자신이 치매에 걸린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치매 환자의 심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들이라는 사람이 곁에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 사람이 종일 내 집에 머물면서 내 통장을 살펴보고 내 음식을 먹는다고 상상하면, 그 사람을 수상쩍게 바라보는 마음이 이해되지 않나.

이 남자는 누구지? 내 통장을 갖고 뭘 하는 거야? 이런 생각이 들 테니까 말이다.

말했듯이 증상은 끝내 전두 피질에서 편도체까지 영향을 미친다. 뇌가 원초적이고 원시적인 감정을 더는 제어하지 못하게 되는 거다.

아기들의 감정이 얼마나 폭발적인지 생각해 보라. 아기는 전두엽이 편도체를 제어할 만큼 아직 발달하지 않은 상태다.

요는 치매 환자들이 성격이 고약해지는 게 아니다. 침식당한 뇌가 감정 폭발과 제어를 감당하지 못할 뿐이다.

 

 

실제 뇌는 치매에 걸렸지만, 일상에서 이상 징후를 보이지 않았던 수녀들의 사례가 놀라웠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그 이유는 이 수녀들의 ‘인지적 비축분(co-gnitive reserve)’이 많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기능하는 시냅스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정규 교육 수준이 높고,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우수하고, 정신을 자극하는 활동에 규칙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인지 예비 용량이 더 크다.

일부 시냅스가 손상된다고 해도 추가분의 백업 신경세포 연결이 많으면 문제가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낱말 퀴즈를 많이 풀고 레드 와인을 마시는 습관은 기억력 유지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데.

낱말 퀴즈나 레드 와인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낮춘다는 근거는 전혀 없다.

낯선 환경을 경험하고 피아노, 외국어, 글쓰기 등의 과제를 배우는 일이 인지적 비축분에 도움을 준다.

 

부모가 알츠하이머병을 앓았다면 자식의 발병 우려는 어느 정도인가.

알츠하이머병 진단 사례의 98%를 보면, 물려받은 유전자와 생활 방식이 맞물려서 유발된다. 생활 방식을 조절하면 발병 우려를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

불량한 수면 습관, 건강하지 않은 식사, 운동 부족, 스트레스가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급성 스트레스는 기억을 방해하고 만성 스트레스는 해마를 쪼그라들게 한다.

반대로 올바른 수면 위생, 건강한 지중해식 식단, 규칙적인 운동, 마음 수련과 요가 수련은 치매 예방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 심장병과 심장마비 위험도 놀라운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생애 마지막 같은 결정적인 순간에 기억 극장은 어떤 장면을 인출해 내나.

뇌는 감정을 자극하고 예측을 벗어난 경험을 기가 막히게 가져온다.

첫 키스, 대학 졸업식 날, 자녀의 탄생 같은 주요 장면들⋯. 이런 일화 기억의 사건들은 대개 15~30세에 몰려 있다.

첫사랑, 첫 직장 등 첫 경험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사람의 기억 극장은 웃음과 경외로 편집돼 있고, 부정적인 사람의 기억 극장은 비극의 이미지로 플레이될 것이다.

 

현대인은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 때문에 암기력이 바닥을 친다고 자책한다. 기억하려고 뇌를 다그치지 않고 검색 기능을 계속 사용해도 될까.

 

물론이다.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고 기기에 저장한다고 해도 기억력은 약화하지 않는다.

과거의 지식에 의존하는 대신 나는 무엇이든 검색해서 정보를 얻는다. 검색을 활용하면 좀 더 많은 걸 배우게 된다.

만약 ‘스틸 앨리스’에 출연한 여배우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을 경우, 검색해서 궁금증을 해결하면 뇌가 다른 문제를 해결하거나 현재의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더 많이 기억하고 싶은 청년, 더 빨리 기억하고 싶은 중년, 더 오래 기억하고 싶은 노년에게, 각각 기억과 망각에 유용한 힌트를 부탁한다.

모든 연령대에 동일한 조언을 드린다. 밤에 7~9시간 푹 자고, 뇌 건강에 좋은 건강한 음식을 먹고, 매일 운동하고, 만성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성을 낮추는 명상을 하라.

계속해서 새로운 걸 배우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처럼 평생 학습해야 한다.

과거로 플래시백 하는 것을 멈추고, 현재에 머무르는 연습, 지금 이 순간에 몰두하는 연습을 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85세 이후 우리 모두는 알츠하이머병 환자 혹은 보호자 둘 중 하나가 될 거라고 했다.

 

위로가 되는 것은 당신의 할머니 그리고 친구 그레그와의 일화였다. 할머니는 모든 가족을 잊었고, 딸조차 자신이 집 안에 들인 노숙자로 알았지만, 스스로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느꼈다는 것.

 

저널리스트였던 그레그는 알파벳을 잊고, 젖은 옷을 입고 올 정도로 모든 일상 기억을 잊었지만, 여전히 유머 감각이 풍부했다는 것. 당신은 이 사실로 무엇을 전하고 싶나.

손녀이자 친구로서, 그리고 ‘스틸 앨리스’를 쓰기 위한 자료 조사로 알츠하이머병 환자 27명을 알아가면서 나는 깨달았다.

인간의 감정과 유대감은 알츠하이머병이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을.

병의 후기에 접어든 사람도 여전히 사랑, 외로움, 기쁨, 슬픔, 분노, 평온함 등 인간의 모든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더라.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았다고 해도 삶은 계속된다. 기억이 없어도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감정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사랑과 기쁨을 이해하는 능력은 더 예민해진다. 만일 아버지가 치매에 걸려서 당신이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당신이 아버지에게 전한 감정은 기억할 거다. 내 친구 그레그의 기억은 엉망이지만, 그는 여전히 나의 가장 좋은 친구이듯.

알고 보면 인간은 평범하고 당연한 일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는데, 실은 평범하고 당연한 일을 하면서 대부분의 나날을 보낸다.

정작 인생의 매 순간을 기억하면서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억은 전부이면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아이러니를 받아들여야 한다. 기억을 소중히 여기되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지는 말라는 거다.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을까.

치매가 걱정된다면 건강하게 먹고 열심히 배우고 푹 자라.

그러나 진짜 기억해야 할 것은 당신은 자신의 기억보다 더 큰 존재라는 거다.

 

 

What You Can Do to Prevent Alzheimer's | Lisa Genova | 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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