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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사회, 문화

정의로운 배분을 위한 방법(존 롤스, 무지의 베일, 분할선택법)

by [편하게살자] 2023. 4. 20.

서론

 

정의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인류 역사와 함께해 온 영원한 주제이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입장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의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의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면서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원과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공정한 원칙이 필요하다.

 

이러한 원칙을 제시한 철학자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존 롤스(John Rawls)라고 할 수 있다. 롤스는 1971년에 출간한 저서 《정의론》(A Theory of Justice)에서 자신의 정의론을 세계에 알렸다. 롤스는 정의를 ‘공정으로서의 정의’(justice as fairness)라고 정의하고, 이를 위해 ‘원초적 상태’(original position)와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롤스는 이러한 개념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를 구성하는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 글에서는 롤스의 정의론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그와 관련된 분할선택법(divide-and-choose method)이라는 방법을 설명하겠다.

 

 

존 롤스와 정의론

 

존 롤스는 1921년 미국 메릴랜드 주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전쟁과 폭력에 대한 혐오감을 키웠고, 이후 평화와 정의를 추구하는 철학자로 성장했다. 그는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하버드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자신의 정치철학을 구축했고, 1971년에 《정의론》을 출간했다.

 

《정의론》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철학의 저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롤스는 이 책에서 정의를 ‘공정으로서의 정의’(justice as fairness)라고 정의했다. 그는 정의란 사회 구성원들이 공정하게 합의한 원칙에 따라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람들이 각기 다른 입장과 이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정한 합의를 이루기가 어렵다. 따라서 롤스는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고, 그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떤 원칙에 동의할 것인지를 탐구했다.

 

롤스가 설정한 가상의 상황은 ‘원초적 상태’(original position)라고 불렀다. 원초적 상태란 사회 구성원들이 사회의 구조와 운영, 자원 배분의 원리 등에 관해 아직 어떠한 합의도 이루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롤스는 원초적 상태에서 사회 구성원들은 동등한 자유와 권리를 지니고 있으며, 저마다 이기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하지만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는 서로 협력하고 합의한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원초적 상태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과 이익에 따라 다른 원칙을 선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자는 소득과 재산에 대한 과세를 낮추는 것을 선호할 것이고, 가난한 사람은 과세를 높여서 복지를 강화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이런 경우에 공정한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롤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이란 롤스가 고안한 가상의 개념으로서 자신의 위치나 입장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인 상황은 모두 알고 있지만 자신의 출신 배경, 가족 관계, 사회적 위치, 재산 상태 등은 알지 못한다는 가정이다. 또한 자신이 타고난 능력이나 성향, 종교나 성별 등도 모른다. 즉,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정의의 원칙을 결정해야 한다.

 

롤스는 무지의 베일 아래에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요소들을 고려하지 못하고 오직 공평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원칙을 선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원칙이 자신에게 이익이 될지 예측할 수 없고, 따라서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롤스는 이러한 무지의 베일 아래에서 사회 구성원들은 자신의 정의론에 따른 두 가지 원칙에 합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 원칙은 ‘평등한 자유의 원칙’(principle of equal liberty)이다. 이 원칙은 개개인은 기본적 자유를 최대한 누릴 평등한 권리를 가지며, 타인 또한 동일한 자유를 누린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본적 자유란 정치적 자유(표결권, 정당활동 등), 양심의 자유(종교, 철학 등), 사상과 표현의 자유(언론, 출판 등), 인격과 신체의 자유(생명, 건강 등) 등을 포함한다.

 

두 번째 원칙은 ‘차등의 원칙과 기회균등의 원’(principle of difference and principle of equal opportunity)이다. 이 원칙은 사회, 경제적 불평등은 모든 지위에 대한 기회균등이 공정하게 이루어진 조건 하에서 존재해야 하며 (기회균등의 원칙) 가장 불우한 사람들의 편익을 최대화하여야 한다는 것이다.(차등의 원칙) 이는 공리주의(utilitarianism)와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공리주의는 사회 전체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롤스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우선시한다.

 

 

롤스는 이 두 가지 원칙이 정의로운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법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원칙들이 공정하게 선택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수학적으로 엄밀한 논증을 제시했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 과정을 생략하고 간단히 요약하겠다. 롤스는 무지의 베일 아래에서 사람들은 최소 극대화(maximin)라는 전략을 사용할 것이라고 가정했다. 최소 극대화란 가능한 모든 선택 중에서 가장 나쁜 결과가 가장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와 B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A는 10% 확률로 100만원을 받고 90% 확률로 0원을 받는 것이고, B는 50% 확률로 10만 원을 받고 50% 확률로 0원을 받는 것이라면 최소 극대화 전략을 사용하는 사람은 B를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A의 경우 가장 나쁜 결과가 0원이고 B의 경우 가장 나쁜 결과가 역시 0원이지만, A보다 B가 더 높은 확률로 양수의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롤스는 무지의 베일 아래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과 이익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최소 극대화 전략을 사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정의의 원칙을 결정할 때는 가장 불리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편익을 최대한 보호하는 원칙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러한 원칙이 바로 평등한 자유의 원칙과 차등의 원칙과 기회균등의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롤스는 이러한 방식으로 정의의 원칙을 결정하는 것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렇게 도출된 정의의 원칙들이 사회적 기본 구조(social basic structure)에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기본 구조란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 상호작용하고 협력하는 데 필요한 제도와 규범을 말한다. 예를 들어 법률, 정부, 경제, 교육 등이 그에 해당한다. 롤스는 이러한 사회적 기본 구조가 정의의 원칙들에 따라 설계되고 운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는 불평등하고 불공정하게 되고,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분할선택법

 

분할선택법이란 여러 사람이 하나의 물건을 공정하게 나누기 위한 방법으로, 어떤 한 사람이 물건을 먼저 자르고,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보다 먼저 자른 부분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분할선택법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이루어진다.

○ 한 명의 사람이 자원을 임의로 두 개 이상의 부분으로 나눈다.

○ 나머지 사람들은 각각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선택한다.

○ 만약 모든 사람들이 다른 부분을 선택하면, 배분은 완료된다.

○ 만약 두 명 이상의 사람들이 같은 부분을 선택하면, 그 부분을 다시 나누고 1번부터 반복한다.

 

 

분할선택법은 롤스의 무지의 베일과 비슷한 효과를 가진다.

 

첫 번째 단계에서 자원을 나누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부분을 선택할 수 있는지 모른다. 따라서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요소들을 고려하지 못하고 오직 공평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자원을 나눌 것이다.

 

또한 나머지 사람들도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을 선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므로 분할선택법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인 배분 결과를 보장한다.

 

여기서 존 롤스의 이론과 분할선택법의 관련성을 찾을 수 있다. 존 롤스는 원초적 입장에서 정의로운 사회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무지의 배일 아래에서 가장 불리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의 편익을 최대한 보호하는 원칙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한다.

 

즉, 정의로운 사회를 선택하는 것은 공정하게 케이크를 나누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결론

 

정의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는 객관적이고 확실한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각자의 관점과 가치관에 따라 정의의 의미와 기준을 다르게 해석하고 적용한다.

 

이 글에서는 정의로운 배분을 위한 방법으로서 존 롤스의 정의론과 분할선택법을 간단히 소개했다. 롤스의 정의론은 무지의 베일이라는 가상의 상황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원칙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하려 했다. 이 방법은 모두 정의로운 사회를 구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장점과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완벽하지 않고 한계와 문제점도 존재한다. 바로 현실과 동떨어진 가정, 복잡한 상황에 대한 적용성 부족 등이다.

 

예를 들어, 롤스의 정의론은 무지의 베일이라는 가정에 기반한다. 무지의 베일은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성별, 인종, 재산, 능력 등을 모르는 상태에서 정의의 원칙을 결정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 원칙을 선택하지 않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원칙을 선택할 것이라고 롤스는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정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성별, 인종, 재산, 능력 등을 알고 있으며, 이러한 요인들은 사람들의 정의관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무지의 베일에서 선택된 원칙이 현실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롤스의 정의론은 정의로운 배분을 위한 방법으로서 참고하고 공부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이를 맹목적으로 따르거나 적용하기보다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시대에 맞게 정의를 재정립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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