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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적인 디즈니의 정치적 올바름(PC) - 〈인어공주〉 논란을 통해 본 문화적 다양성의 모순

by [편하게살자] 2023. 6. 2.

1.

디즈니는 최근에 다양성과 평등 등 정치적 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PC) 가치를 작품과 회사경영에 적극적으로 투영하고 있다.

 

2023년 개봉한 〈인어공주〉 실사 영화에서는 원작의 백인 인어공주 에리얼을 흑인 배우 핼리 베일리로 캐스팅했다.

 

 

이러한 디즈니의 PC 행보는 문화적 다양성과 차별의 극복을 위한 노력이라기 보다 오히려 위선적이라고 생각한다. 디즈니가 만들어내는 PC 콘텐츠는 단지 기존의 서구 동화에서 캐릭터의 인종만 바꾼 것에 불과하다.

 

이는 다른 인종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문화와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자신과 비슷한 모습의 캐릭터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다른 인종의 문화와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하도록 돕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단지 PC를 위한 PC인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선 2023 인어공주
논란의 중심에선 2023 인어공주

2.

디즈니가 진정으로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하고자한다면 아프리카의 전통이야기를 찾고, 공부하고, 색다르게 바꾸어 흑인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아프리카에는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왜 서구의 이야기에 인종만 바꿔 흑인을 넣는가?

 

이것은 오히려 흑인이나 다른 인종의 문화와 정체성을 무시하고, 서구 중심주의를 재생산하는 것이다.

 

디즈니가 문화적 다양성과 차별의 극복을 위해 노력한다면,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 다른 지역의 전통이야기를 소개하고, 그 지역 출신의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캐스팅하고 협업해야 한다.

 

 

3.

디즈니의 전통적인 공주들, 즉 왕자의 도움을 기다리는 아름답지만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백인들로만 이루어진 공주들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진취적이고 현대적 가치를 담은 공주를 만들어 내고 싶다면, 그에맞는 이야기를 새롭게 창조해내면 된다.

 

이미 디즈니를 그런 진취적인 공주를 창조해낸 적이 있다.

 

한 예로 중국의 전설적인 영웅인 화목란을 바탕으로 한 '뮬란'이 있다. (실사화 뮬란 말고 원작 뮬란)

 

뮬란은 여성의 역할과 정체성,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담고 있으며, 디즈니가 아시아 시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제공하려는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디즈니는 이러한 시도를 계속하지 않고, 기존의 이야기에 인종만 바꾸는 '블랙워싱’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기존의 클래식을 재탄생시키는 것이 쉽고 안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디즈니의 이러한 PC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가치관을 존중하는 척하며 PC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일 뿐이다.

 

PC요소를 억지로 넣기만 해도 성공이 보장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려운 길을 갈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뮬란
뮬란

4.

결론적으로 디즈니가 진정으로 정치적 올바름을 지지한다면 해야할 일은 서구의 전통이야기에서 등장인물의 인종만 바꾼 작품을 기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권에 대해 깊이 고민하여 그들 문화권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그야말로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뮬란이나 모아나는 대표적인 훌륭한 예)

 

모아나

 

디즈니가 문화적 다양성과 차별의 극복에 진심이라면 인어공주라는 클래식이 된 이야기에 흑인 인어공주를 창조했으니 이제는 히스패닉이나 아시안 인어공주를 만들어낼 차례일까?

 

아니면 다양한 문화에 대한 존중을 담은 아름답고 의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새로운 클래식이 되도록 해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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